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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단기어학연수 프로그램

2011 동계 미국 네브라스카 대학[UNK]_김윤하

작성자
박유진
조회
2133
작성일
2012.03.14
정보나노소재공학 20090277 김윤하


 3월이면 대학 생활 마지막 4학년이 되는 내게, 동계 해외 연수는 정말 마지막 기회였다. 대학생활하면서 견문을 넓힐 수 있는데다가, 절반이상이 학교에서 지원해주는 조건이라 망설이지 않고 지원할 수 있었다. 다만 연수 준비과정이 꽤 까다로웠다. 미국 비자 받는 과정이 쉽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주어진 시간에 비해 갖춰야 할 서류들이 너무 많았다. UNK는 처음 가게 된 곳이었기 때문에 이해할 수는 있었지만, 준비할 수 있었던 시간이 빠듯했던 것은 연수에 참여했던 학생이라면 누구든 공감하는 사실이었다. 부디 이를 본을 삼아 다음 연수생들에게는 좀 더 넉넉한 기간이 주어지길 바란다.
 서류를 모두 제출한 뒤 약 두 달 후 겨울 방학이 시작 되었고, 전공 공부 때문에 미뤄두었던 영어회화 책을 펼쳐 조금씩 마음의 준비를 했다. 해외를 나가는 것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주변 지인들의 경험을 듣거나 미디어를 통한 간접 경험으로 실수하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었다. 남의 문화에 실례가 아닌지,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등 여러 경우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이, 미국을 다녀온 지금, 가장 마음에 남는 듯하다.
 인천공항에서 샌프란시스코를 거쳐 덴버에서 링컨까지 약 30시간에 걸친 기나긴 여행, 거기에 링컨에서 버스를 타고 약 2시간 정도 더 들어가자 커니의 UNK에 도착할 수 있었다. 새벽에 도착해서 지쳐있었던 우리는 몇 시간 뒤 곧바로 토플 시험을 치루기 위해 몸을 이끌어야만 했다. 이것이 나의 첫날 커니에서의 기억이다. 피곤하고 졸리지만, 처음 보는 낯선 풍경과 사람들을 보는 신기함과 막상 한국에서 내가 공부했던 영어로는 부족함을 느꼈을 때의 당황스러움, 앞으로 내가 어떻게 생활하게 될지의 기대감 등이 교차하는 기분. 외국인들의 시선을 즐기며 뷔페식 유니언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나니, 반배정이 통보되었다. 나는 운 좋게 400반 클래스. 바로 다음날부터 듣기와 읽기 뿐 아니라 말하기나 글쓰기까지 빡빡한 커리큘럼이었지만, 단기간에 공부하기엔 최적의 스케줄이었다. 게다가 하루 클래스가 오후 3시면 끝났기 때문에 넉넉한 자유 시간 덕분에 UNK 곳곳을 둘러보거나, 커니의 다운타운, 월마트나 쇼핑센터 등을 배회하는 것이 가능했다. 마치 4학년이 되기 전, 신께서 한 달의 자유 시간을 나에게 주신 것처럼, 커니에서의 첫 주는 마음이 붕뜬 것처럼 마구 쏘다녔던 것 같다. 게다가 클래스메이트가 파티에 초대해서 갈 때마다, 미국 문화를 새롭게 접해볼 수 있어서 매우 흥미로웠다.
 국제학생 친구들은 의외로 한국 사람들보다 정이 많아서, 처음에 우리가 먼저 다가간 이후로 계속 호감을 보여주며 이것저것 가르쳐주고 도와주었다. 홀로 타지에 와있는 사람들끼리라 마음을 더욱 잘 이해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찡해질 때도 있었지만 대화를 하면 할수록, 우리보다 훨씬 오픈마인드이고 긍정적이며 쾌활한 친구들을 보며, 내가 이 한 달 간 이 친구들에게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돌아보게 만들어 주었다. 그 친구들은 오랜 외국생활을 통해 다양한 문화를 익히고 자신의 꿈을 더 큰 나라에게 키우고자 왔다고 했다. 중요한 시기를 앞둔 나의 이야기도 그들에게 들려주었다. 우리는 다른 나라에서 왔지만, 영어라는 언어로 대화하며 서로의 이야기를 이해해주고 꿈을 나누었다. 그 짧은 기간동안 영어를 배워도 큰 성과는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다만, 이 넓은 세계 속에서 나를 이해하는 친구를 사귀는 것과 꿈을 나누는 대화를 하는 것, 이게 이번 여행에서 가장 남는 일이 아니겠는 가. 나는 되도록 많은 외국인 친구들과 대화하려고 애쓰고, 많은 것을 경험하기 위해 돌아다녔다. 친구의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떠나기도 하고, 미국의 일반 가정집에 초대받아서 좀 더 깊숙한 그들의 문화를 느껴볼 수도 있었으며, 친구들이 개최한 하우스 파티에서 밤새도록 놀아보기도 했다.
 친구들과 정을 쌓아갈 때쯤, 오마하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사실 미국을 투어 해보자는 계획은 좋지만, 한국인들끼리 모여서 맛집이나 유명한 곳에 관광하러 가는 느낌이었다. 이런 투어프로그램보단 사실 미국인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더 넣는 게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한국인들끼리 쏘다니기엔 학교에서 지원해준 금액과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덴버로 떠났던 1박2일 여행은 기억에 남을 만한 멋진 추억이었다. 로키산맥의 새하얀 설원 위를 달리는 스노모빌을 내가 직접 운전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멋진 일이었다! 안타까운 것은 그날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2시간 예약된 주행을 1시간도 안되는 시간동안 즐길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도 스노모빌을 타고 눈밭을 달리는 것은, 우리나라 어딜 가도 할 수 없는 멋진 경험이라는 점이 가장 신났다. 또한 덴버의 16th street의 야경을 보며 거리를 쏘다녔던 것 역시 생각이 난다. 미국에서 봤던 것 중 가장 번화가다운 번화가였기 때문이 아닐까. 한국과 달리 건물들이 이국적이고, 교통수단이 인력거이거나 마차라는 사실이 신기했다.
밤 9시쯤이면 한국에서는 시내의 불이 한창 반짝일 때이지만, 미국은 몇몇 가게만 열려 있을 뿐 어두운 거리였다. 그래도 한국이나 미국이나 젊은이들은 밤늦게까지 거리를 쏘다녔다.
이날은 특히 인력거가 많이 다녔는데, 그걸 보고 우리나라에도 시내에 그런 시스템을 접목하면 좋을 것 같았다. 사람도 많은데 좁은 시내골목까지 차를 끌고 오는 답답한 한국 사람들이 떠오르면서, 자전거로 뒷 자석에 사람들을 태우고 달리면서 환경도 살리고 거리 문제도 해결될 수 있는 좋은 방안일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 외에도 여러 맛있는 식당에 다니고 NBA 경기를 관람하는 등 흥미로웠던 경험들이 많았다. 하지만 내가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겨우 한 달인 연수일정에 얼마 되지 않는 수업마저도 빼면서 여행을 다녔을 때, 그 여행에서 과연 수업 시간만큼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는가?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난 안타깝게도 아니었다고 대답하겠다. 생각만큼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기보다는 단순히 쇼핑을 위해 돌아다닌 시간이 많았고, 이동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길었을 뿐이었다. 커니 외의 지역에서도 새로운 프로그램을 짰으면 더욱 보람찬 여행이 되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 돌아온 지금, 무엇보다 가장 그리운 것은, 나를 반겨주고 아침마다 항상 밝게 인사해주며 말 걸어주던 클래스메이트들과 우리가 한국으로 떠난다고 했을 때 아쉬워하며 눈물 흘리던 선생님들이다. 고생하면서 한국에 돌아올 때 끌고 왔던 많던 선물과 짐 꾸러미를 펼쳐 봐도, 가장 마음에 남는 것은 사람과 추억이란 것을 깨달았다. 또한 다른 환경에서 나 자신을 좀 더 인간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던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무척 뜻 깊었고,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가 아니라 더 넓은 세계에서 나를 위한 많은 기회를 살펴볼 수 있어서 좋았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단순히 자원 때문에 세계 1등이 된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를 포용할 줄 아는 오픈마인드와 명분보다 실리를 추구하는 자세, 그리고 팔방미인 인재를 원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사람의 능력자체를 인정하고 그 인재를 적재적소에 쓰겠다는 기업 마인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선생님들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처럼 학생이 국영수사과 같이 모든 능력을 갖추길 원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각자 어떤 능력이 있다면, 그 능력을 이끌어 내어 적성을 찾아주고자 하셨다. 우리나라는 이런 장점을 수용하고 경제뿐만 아니라 시민의식의 성장이나 기업인들의 마인드를 개선해 나가서 더욱 발전하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좋겠고, 나 역시도 이러한 문화교류를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울 수 있어서 좋은 기회가 되었다.